[뉴스플러스] 하루 종일 학원으로..방학 중 선행학습 효과 있나?
MBC | 조국현 기자 | 입력 2014.08.13 21:12 | 수정 2014.08.14 07:03
[뉴스데스크] 방송 바로 보기 ☞ 클 릭
◀ 앵커 ▶
방학동안 아이들에게 '선행학습을 시키는 게 좋을까'
우리 학부모님들 고민 많이 되시죠.
오늘 뉴스플러스에서는 선행학습의 실태, 그리고 실제 효과가 있는지를 조국현, 노경진 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.
◀ 리포트 ▶
아침 7시를 갓 넘긴 시각.
중학생, 초등학생들이 하나 둘 학원이 모여있는 건물로 들어갑니다.
미처 잠을 떨치지 못하고 엄마 어깨에 기댄 채 걷는 학생도 있습니다.
◀ 김태영/중학교 1학년 ▶
(몇 시에 일어나요?)
"저 7시요. 과외(수업)를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받고요."
점심식사는 학원과 학원 사이 이동할 때 잠깐.
방학인데도 귀가 시간은 밤 10시를 넘깁니다.
무엇을 배우는 걸까.
아직 유치원생인 7살 안지환 군 책장에는 초등학교 2학년, 3학년 수학책이 줄줄이 꽂혀 있습니다.
◀ 안지환(7) ▶
(뭐 배우고 있어요?)
"상위권 수학이랑 1등수학이요. 어려워, 어려운 것 같아요"
아이가 힘들어하는 건 안타깝지만 '선행학습'에 관한 한 엄마들에게도 뾰족한 대안이 없습니다.
◀ 장자윤/학부모 ▶
"불안해지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. 옆집 애가 어떤 걸 배운다고 하면, 우리 아이가 그걸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느낌을 받게 되고요."
다음 달부터 학교에서의 선행학습은 금지됩니다.
그러나 다른 아이보다 더 낫게 해주겠다는 사교육의 상술은 고삐가 잡히질 않고 있습니다.
"특목고는 초등학교 때 준비해야 한다"며 중학교 1학년에게 7년 뒤에나 배울 대학의 정수론을 가르친다는 학원도 있습니다.
◀ 학원 관계자 ▶
"어렸을 때부터 미리미리 자기 수준을 넘어서는 공부를 해놔야 나중에 편하거든요."
=============================
초중고 학생 열에 여덟, 아홉(86%)은 이런 선행학습을 하고 있습니다.
수학 영어에 만족하지 않고 논술과 과학까지 학원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인데요.
그만큼 효과는 있는 걸까요, 교육학자들에 물었습니다.
◀ 리포트 ▶
교과과정을 몇 년씩 뛰어넘은 수업을 이해하는 건 대부분 학생들에겐 고문과도 같은 일입니다.
◀ 황윤영/중3 ▶
"어렵죠. 잘 이해도 안되고.."
선행학습과는 별개로 원래 다니는 학년의 내신 성적까지 챙기는 것은 여간 벅차지 않습니다.
◀ 유동훈(초6) ▶
"힘들어요. 학원에서 선행학습하다가
시험 때는 또 내신 대비하다가.."
교사들은 진도를 앞서 나가는 것과 성적이 오르는 건 별개라고 선을 긋습니다.
이 때문에 선행학습에 치중하다가 정작 내신이 떨어지는 일도 다반사.
◀ 최수일 전 한성과학고 교사 ▶
"안다고 착각만 하는 겁니다.
수학이라는 건 개념 이해가 돼야 하는 건데"
성적을 올리고 싶으면 배운 걸 반복하며 자기 걸로 만드는 복습이 훨씬 효과적이란 조언도 많습니다.
◀ 주예진/서울대1, 박정민/서울대1 ▶
"내신 대비하면서
그때그때 집중적으로 공부했던 게 훨씬 도움.."
상당수 수학교육과 교수들은 선행학습이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떨어뜨리고 이 때문에 수포자, 즉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도 점점 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.
하지만 당장 치열한 입시경쟁에 직면한 학생이나 부모에게 이런 조언은 현실성 없는 얘기로 들립니다.
◀ 학부모 ▶
"내 눈에 보이는 거라곤 (전부) 사교육해서 학원에 가서 어느 학원을 다녔더니, 1등급을 받고.."
법으로 금지한다고 이 같은 선행학습 열풍이 줄어들 수 있을까요?
그보다는 선행학습이 필요 없도록 교육과정을 손질하고, 대학 입시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목소리입니다.
MBC뉴스 노경진입니다.